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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주왕산(721m) 내 마음을 물들이다

성수농원 2008. 2. 12. 21:06

 

지난 주 금요일(11일) 학교 가는 길. 갑작스러운 선배의 전화 "야! 나 오늘 주왕산 갈 건데 같이 갈래?" 그동안의 피곤 때문인지 지하철에서 '비몽사몽'하고 있던 나는, 주왕산이라는 얘기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난 주말 약속도 취소한 채 주왕산에 오르기로 마음먹었다.

서울에서 주왕산까지는 약 5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를 나와 1시 30분을 더 가야 하는데, 가는 길이 심심하지만은 않다. 34번 국도를 따라 안동시내로 들어선 길은 낙동강을 따라 계속 이어지고 안동댐, 임하댐을 차례로 지나면서 안동이라는 도시를 한 걸음에 볼 수 있다.

주왕산은 김기덕 감독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더욱 유명해졌다. 특히, 주산지라고 일컬어지는 호수에는 이 영화의 주 촬영장이 있으며, 그 덕분에 주왕산은 근래 들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산이 되었다.

나도 역시 그 유명세를 확인하기 위해 주왕산에 오르기 전, 주 등산로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주산지로 향했다. 무엇보다 주산지로 들어가는 길에 콧속 깊숙이 느껴지는 맑고 신선한 공기가 긴 여행의 피곤함을 없애준다. 그 공기를 내 안에 계속이라도 담고 싶은 마음으로 연거푸 숨을 들이마셔 본다.

▲ 주산지 가는 길
많은 사람들은 가을 단풍 혹은 새벽녘의 뿌연 안개와 함께 주산지를 관람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겨울을 맞이하며 왕버드나무 아래에서 떠다니는 가을 낙엽을 보는 것도 또 다른 감흥을 준다. 그 나름의 운치 속에 내 마음을 적시며, 천천히 그리고 어디론가 흘러가는 낙엽과 하늘을 향해 자유롭게 뻗은 왕버드나무의 가지들을 배경으로 이리 저리 옮겨 다니며 무언가를 표현해 보기 위해 노력해 본다.

▲ 주산지
여기까지 이르는 거리 때문인지 주산지를 얼마 둘러보지도 않았는데, 해는 벌써 중천을 넘어가고 있었다. 시장기를 달래기 위한 고민. 주왕산 들어가는 입구에는 유명한 맛집은 물론, 다양한 먹거리가 풍부했지만 나와 함께한 여행 벗들은 한 끼 비싼 식사 대신, 근처의 한적한 곳에서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먹는 것을 택했다.

주왕산은 우리나라 중앙부에 해당하는 태백산맥의 지맥에 위치해 있고 경북 청송과 영덕 지역에 걸쳐 있다. 또한 수려한 자연 경관을 보존하기 위해 1976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오른 편에는 산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을 압도하는 기암 봉우리와 그것을 배경으로 하는 사찰을 볼 수 있다. 대전사로 불리는 이 절은 1300년 전 신라 문무왕 때 지어졌다고 한다.

▲ 대전사
평지의 사찰을 지나 오르는 길. 저 위에서부터 폭포를 거쳐 흐르고 있는 물길을 따라 한 걸음씩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는 너무도 맑은 물의 요염한 그 빛깔이 나의 눈을 자극한다. 그 안에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들을 보는 나의 마음 또한 설렌다.

▲ 요염한 그 물길을 따라
주왕산에 오르는 여러 길 중, 제1폭포를 지나 제2, 제3폭포 그리고 주왕산 주봉으로 이어지는 길을 택했다. 오후 2시가 넘어서 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에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는 대신 해발 720m의 주왕산까지 약 4시간이 소요되는 길로 가기로 했다.

▲ 주왕산 오르는 길
주변 식당에서 얘기를 듣자하니, 제1폭포까지 가는 길이 주왕산의 하이라이트라고 한다. 말 그대로 여기저기 보이는 기암 봉우리들이 ‘와~’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그 기암 봉우리들은 꼭 사람의 얼굴 같은 형상을 하고 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지그시 지켜보고 있는 듯하다.

▲ 기암 봉우리
멀리서만 보던 그 기암들을 제1폭포에 다다를수록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그 바위 사이를 지나면서 마치 다른 세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또한 이 기암들은 병풍처럼 폭포를 둘러싸고 시원한 물줄기를 내 뿜는 폭포와 어우러진다.

▲ 제 1폭포로 가는 길
제1폭포와 제2, 3폭포를 차례로 지나면 길은 계곡을 따라 후라매기까지 이어진다. 후라매기는 주왕산 주봉과 전기가 전혀 들어오지 않는 내원마을을 지나 더 높은 봉우리로 향하는 갈림길에 해당한다. 그 길에서 '살짝' 그 마을에 들르고 싶은 충동도 느꼈지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 내 발걸음은 이내 정상을 향하게 된다. 밑에 내려와서 들은 얘기지만, 내원마을은 지금 국립공원 보호 차원에서 철거 중이라고 한다.

후라매기를 지나 정상으로 가는 길. 겨울이 왔음을 알리듯, 숲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정상으로 향하는 가파른 길에는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소나무가 정상까지 오르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 정상 가는 길을 맞이하는 소나무
갑작스럽게 비탈진 그 길이 힘겨웠는지, 함께한 여행 벗의 얼굴이 노을 지는 석양의 모습처럼 발갛게 상기되는 것을 느낀다. 힘겨워하는 그 친구에게 가방을 건네달라고 얘기했지만, 이내 사양을 한다. 등 뒤에 맨 그 가방 속에는 정상에서 만끽할 포만감을 위해 산 아래서 준비한 여러 먹거리들이 있었다. 가벼운 산행을 생각하며, 카메라만 '달랑' 가지고 온 내 마음이 미안하기만 하다.

드디어 정상, 나에겐 완만한 산행이었지만 힘겨워 하는 벗을 앞뒤에서 이끌어 주며 오르다 보니 그들과 느끼는 기분만큼은 높은 산을 정복한 것 못지 않았다. 그 기분을 축하해 주기라도 하듯, 저물어가는 석양 사이로 비행기 한 대가 하늘에 긴 자취를 남기며 지나간다. 매일 보는 태양이지만 주왕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그 석양은 내 마음 속 추억의 한 페이지에 새겨진다.

 

 

 

 

 

 

<출처;yahoo ssk (sangsu9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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