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16일 (토) 08:35 매일경제
계룡산 겨울빛, 신령이 깃든 산에 부서지다
![]() |
매서운 겨울 바람이 몰아치는 이른 아침 도(道) 좀 닦았다는 사람이면 한번쯤 다녀왔다는 계룡산(해발 845m)으로 발길을 향한다.
대전과 충남 공주, 논산에 걸쳐 드넓게 자리하고 있는 계룡산은 닭 벼슬을 쓴 용을 닮았다 해서 '계룡'이라고 이름이 지어졌다.
뻥 뚤린 도로를 달리니 기분이 상쾌해지고 '일탈'이라는 설렘이 온몸을 휘감는다. 여행에 대한 기대는 잠시, 눈앞에 펼쳐진 계룡산 위용에 심장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주봉인 천황봉을 비롯해 연천봉, 삼불봉, 관음봉, 형제봉 등 20여 봉우리가 이어진 계룡산은 동학, 갑사, 천정, 동월계곡 등 7개 계곡과 4개 폭포를 간직할 정도로 수려함을 자랑한다.
계룡의 기(氣)를 받기 위해 출발지로 정한 곳은 동학사 입구 주차장. 계룡산을 제대로 보려면 동학사를기점으로 하여 자연성릉을 타는 길이 대표적이다.
동학사~은선폭포~주능선~관음봉~삼불봉~남매탑~동학사 주차장 경로로 돌면 5시간이면 계룡의 기를 온몸에 받을 수 있다.
아침부터 전국에서 모인 산악회원들로 어수선하더니 이내 계룡의 품속으로 하나둘씩 사라져간다.
다시 찾아온 고요. 계룡의 품속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동학사까지는 1.2㎞. 가지런하게 뻗은 시멘트길을 단숨에 오르니 웅장한 동학사가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부터가 진정한 계룡산 등반의 초입이다. 단단한 시멘트길이 끝나고 작은 다리를 건너면 하얀 눈에 덮인 등산로가 기다리고 있다. 얼음과 눈이라는 복병이 숨어 있는 산길을 오르기 위해 아이젠을 차고 등반을 시작한다. 날카로운 아이젠 아래로 뽀드득뽀드득 눈 밟히는 소리가 상쾌하다. 절대 미끄러질 것 같지 않은 안도감에 편안한 마음으로 산을 오른다.
'졸~졸~'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 물결을 간직한 채 얼어 있는 계곡 아래로 성급하게 녹아버린 작은 물줄기들이 얼음과 바위틈 사이로 싱그러운 소리를 내며 흘러간다.
숨소리가 가빠지고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릴 즈음 계룡 7경인 은선폭포의 웅장한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탁 트인 전망에 은선폭포 물이 말라 그 위용을 느낄 수는 없지만 세월의 풍파에 검은 자취를 남긴 50여 m 절벽이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은선폭포부터 관음봉으로 향하는 본격적인 너덜지대가 시작된다. 가빠진 숨을 고르고 다시 길을 재촉하려 고개를 든 순간 '하~'하는 탄식이 가늘게 터져나온다. 켜켜이 쌓인 바위 길이 눈과 얼음에 어우러져 새하얀 빛을 내뿜고 있다.
풍파를 견디지 못해 부서져 내린 돌들이 켜켜이 쌓여 돌계단을 만들고 수 없이 많은 산님들이 다지고 다져 깔끔한 등반로를 만들어 놨다.
한 걸음씩 수행하는 마음으로 산을 오른다. 이곳에 왜 왔는지, 왜 이곳을 힘들게 오르고 있는지라는 생각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그저 머리와 마음을 비운 채 한 걸음씩 산을 오를 뿐이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잠시 뒤를 돌아본 순간 앙상한 겨울나뭇가지들 사이로 시원하게 뻗은 산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아련하게 멀어져 버린 동학사 풍경소리는 귓전에 들릴 듯 생생하고 저 멀리 대전 시내 시멘트 건물이 계룡의 숲과 대비돼 묘한 감정을 일으킨다.
관음봉에 올라서니 계룡산 산줄기를 타고 불어오는 매서운 겨울바람에 하얀 입김이 흩날리지만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난다.
시멘트로 뒤덮인 유성 시내를 향해 뻗은 한 마리의 듬직한 용이 굽이굽이 자리잡고 한쪽에는 신이 만들어 놓은 듯한 거대한 바위가 섬세한 조각을 한 듯 성벽을 이루고 있다.
과연 계룡이다.
한 마리 용이 힘차게 솟구쳐 오르듯 기세 좋은 산이 굽이굽이 뻗어 있고 깎아지른 듯한 절벽 곳곳에서는 용 울음소리인 듯 바람소리가 휘몰아친다.
하산길로 택한 삼불봉 설화는 계룡8경 중 2경에 꼽힐 정도로 최고 풍광을 자랑한다.
하지만 녹아버린 눈에 그저 머리 속으로만 화사한 눈꽃을 그릴 수밖에 없어 아쉬움에 발걸음을 멈추고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산을 내려오는 길은 언제나 마음 한켠에 아쉬움을 남긴다.
언제나 자리를 지키고 든든하게 서 있는 계룡이지만 그것마저 가지고 싶은 내 욕심 때문인가보다.
'속세를 등지고 무엇을 원하기에 이곳에 찾아왔는가'라며 물음을 남긴 동학사 스님 말씀 한 구절이 머릿속에 감돈다.
▶계룡산 가는길
호남고속도로 유성IC→32번 국도 공주방향→조각공원 앞에서 좌회전 후 1번 국도→학봉초등학교에서 우회전→동학사 입구
[공주 = 조효성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매일경제 구독] [주소창에 '경제'를 치면 매경 뉴스가 바로!]
출처 : 끝없이 아름다운 사랑과 행복을 위해서...
글쓴이 : 릴리 원글보기
메모 :
'=====여행 공간===== > -.全國名山'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도봉산의 설경 (0) | 2008.02.20 |
|---|---|
| [스크랩] [숲, 인간과 자연의 통로] 발왕산의 숲 (0) | 2008.02.17 |
| [스크랩] ** ★전남 장흥 천관산★ ** (0) | 2008.02.15 |
| [스크랩] 황매산(1,108m) 경치 (0) | 2008.02.12 |
| [스크랩] 북한산(837m.)의 아름다움 (0) | 2008.02.12 |
